꽃비자유게시판
[자유] 가을의 시
  • 꽃밭에서 브론즈 파트너스회원
  • 2025.11.04 22:13 조회 8

"내 나이 가을에 서서"

             이해인 수녀님


젊었을 적

내 향기가 너무 짙어서

남의 향기를 맡을 줄 몰랐습니다


내 밥그릇이 가득 차서

남의 밥그릇이 빈 줄을 몰랐습니다


사랑을 받기만 하고

사랑에 갈한 마음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


세월이 지나

퇴색의 계절

반짝반짝 윤이 나고 풍성했던

나의 가진 것들이 바래고

향기도 옅어지면서

은은히 풍겨오는

다른 이의 향기를 맡게 되었습니다


고픈 이들의

빈 소리도 들려옵니다

목마른 이의

갈라지고 터진 마음도 보입니다


이제서야 보이는

이제서야 들리는

내 삶의 늦은 깨달음!


이제는

은은한 국화꽃 향기 같은 사람이 되겠습니다

내 밥그릇보다

빈 밥그릇을 먼저 채우겠습니다


받은 사랑 잘 키워서

풍성히 나눠드리겠습니다


내 나이 가을에

겸손의 언어로 채우겠습니다.


이가을에 시한편을 읽고 게시판에 올림니다

남은삶 풍성히 나누는 삶으로 살고싶습니다

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 

내일아침에 뵙겠습니다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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